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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빛의 티타임] 경험에 노력 더한 정제승 코치, 다시 출발선에 서다

이한빛2020-10-23 06:40


정제승 코치가 다시 한번 목표로 나아가기 위한 스타트 라인에 섰다. 2015년 CJ 엔투스의 코칭 스태프로 e스포츠 커리어를 시작한 정제승 코치는 아프리카 프릭스, kt 롤스터, 그리고 중국의 WE를 거치며 단순히 친근한 인상의 코치를 넘어서 능력과 비전을 갖춘 지도자로 거듭나기 위해 스스로를 담금질했다. 일보일퇴도 있었으나 그 모든 경험은 정제승 코치가 나아갈 다음 이정표를 위한 발판이 되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정제승 코치는 자신감이 넘쳤다. 말 속에 아무런 근거가 없다면 사람들은 그것을 '허세'라 부르지만, 정제승 코치는 달랐다. 그는 인터뷰 내내 코칭 스태프로 일하며 쌓은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한 신념과 확신을 담아 이야기했다. 지난 6년과는 다른, 변화하고 나아진 모습을 선보임과 동시에 롤드컵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계속 정진하고 싶다고 밝힌 정제승 코치. e스포츠 지도자로서의 미래가 기대되는 그와 근황과 중국에서 보낸 1년,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한국에선 1년 만에 뵙네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최근 중국의 WE와 계약을 종료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서 고향에서 자가격리를 했어요. 자가격리를 하는 동안 심적인 정리를 하면서 스토브리그 전망을 내다보고 분석했습니다. 롤드컵도 한창이기 때문에 플레이-인 스테이지부터 꾸준히 공부하며 시청하고 있어요.

2019년 시즌이 마무리된 후 돌연 중국행을 선택하셨어요.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3년 동안 몸담았던 kt 롤스터를 나오게 되면서 여러 가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지도자로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했기에 어떤 선택을 만들고 어디 가느냐가 중요한 시기였죠. 중국은 2018년과 2019년에 롤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지금도 많은 e스포츠 종목에서 최고를 달리고 있어요. 진행 중인 롤드컵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지난 2년 동안 좋은 성과를 내고 올해 가장 큰 리그로 인정 받는 LPL에서 저 자신을 증명하고 배워나가길 원했습니다.

WE도 코치님으로부터 원하는 방향이 있었기에 영입을 했을 텐데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WE 선수단은 신인으로 이루어져 있었어요. 저는 2016년 아프리카 프릭스에서 신인 선수들과 함께 성과를 낸 경험이 있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목표 설정도 뚜렷했어요. 팀에서 저에게 특별한 뭔가를 바랐다기보다는 최선의 결과를 내길 바랐던 것 같아요.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올해 WE가 거둔 성적은 만족스러운가요
시즌 전 중국 내에서 WE는 약체이며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입을 모았어요. 저는 그런 평가에도 불구하고 코칭 스태프가 정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선수를 육성할 능력이 있다면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죠. 2016년 시즌과 비슷한 케이스인 올해 WE 역시 자신 있었습니다. 이미 이뤄보았던 성과이기에 개인적으로 대단하게 평할 수는 없지만, 환경이 다르고 한국 스태프의 입지가 낮아지고 있는 와중 낸 성과이기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팬 입장에서도 기대를 웃도는 성적이었기에 만족스러우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신인 위주의 팀이 중위권 혹은 그 이상에 오르는 모습은 흔하다고 보기 어렵죠. WE는 스프링과 -서머에 팀을 포스트시즌 명단에 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성적을 낼 수 있었나요
LPL은 2부 및 3부 리그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육성 시스템이 잘 만들어졌어요. 2017년 프랜차이즈 도입으로 승강전이 없어지면서 선수들을 콜업하거나 강등시키는 것도 부담이 없어졌죠. WE 2부 리그에 있던 선수들을 콜업해 선수단을 구성했는데, 선수들은 이미 시스템 속에서 성장해놓은 상태였습니다. 훌륭한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의 지도 능력이 맞물려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LCK 역시 프랜차이즈를 앞두고 있어 2군 지도자와 지도자의 육성 능력에 대한 중요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내년부터 육성군에 많은 투자를 하는 팀이 2~3년 뒤에 낮은 투자 비용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리라 생각해요. 이미 프랜차이즈를 도입한 LPL에서 선례를 보인 바 있고요. 담원 게이밍, 그리핀 같은 팀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팀에 한국 선수들이 있긴 하지만 문화적-언어적 차이가 있는 중국 선수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어떤 개인적인 노력을 하셨나요
저는 사람을 대하는 데 있어서 스스럼 없고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단 뚜렷한 강점이 있어요. 그래서 해외를 나가도 부담감이 사실상 없어요. 게임적으로 혹은 결과적으로 제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지 여부에 초점을 두고자 했고, 문화적-언어적 차이는 큰 문제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사람들과 소통하고 융화되기 위해서 저 나름의 노력이 필요했어요. 하루에 한 시간씩 사비로 개인 교습을 받으며 중국어를 공부했고, 중국인 선수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이야기를 듣고 가까워지려고 했습니다. 매끄러운 대화 자체에 목표를 두기 보단 '이 사람이 우리에게 마음을 쓰고 있고 융화하려고 노력하고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모든 액션을 취하기 위해 노력했죠.

선수들과 친해지는 것과 선수들의 인정을 받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다가가기 것 이상을 위한 노력은 어떤 게 있었는지요
-게임을 지도하는 코칭 스태프에겐 얼마만큼 선수들과 유대감을 형성하고 선수를 장악하느냐가 중요한데, 이 요건들을 충족한다면 게임을 가르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아요. 리그 오브 레전드란 게임 자체가 오래 되어 정형화 된 틀이 있어 게임을 잘 보는 지도자들은 많아요. 결국 알고 있는 지식이나 방향성이 선수들에게 어떻게 뿌리 내리느냐가 중요한데 그걸 해내기 위해선 유대와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언어가 다소 부족해도 선수의 기본기를 가르치는 피드백 시간엔 최대한 통역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가급적 직접 부딪혀서 지도하려고 했죠.

코치님이 처음 WE에 가서 코칭 스태프로서 일을 시작하셨을 때 어떠셨나요? 첫 경기 당시 소감이 궁금합니다
스프링 첫 경기를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정말 죄송한 마음 뿐이었어요. 팬분들께서 WE를 응원하기 위해 연고지인 시안에 있는 경기장을 가득 메워주셨는데 징동 게이밍을 상대로 처참하게 무너졌거든요. 선수들이 큰 팀을 만나 긴장했었어요. 팬분들이 굉장히 실망하셨을 것이라 생각해요. 기대는 부족했지만 연고라는 이유만으로 팀을 응원하기 위해 먼길 와주셨음에도 패배해 너무 죄송했습니다. 그럼에도 선수들의 가능성과 가치는 높다고 생각했고, 첫 경기의 죄송함을 만회하기 위해 더 열심히 가르치고 지도했던 것 같아요.

기대하신 것보다 좋은 성적을 냈다고 앞서 말씀해주셨어요.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코칭해서 이러한 성적을 낼 수 있었을까요
어떤 대회든 실력과 기본기 외에 환경적 혹은 운적인 요소로 이길 수 있는 경기는 분명히 있어요. 하지만 그런 부분보다는 선수들이 리그 오브 레전드란 게임을 하는 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기본기와 이를 바탕으로 한 자신감을 갖게 만들고자 했습니다. 연습량을 채우는 것은 물론, 게임을 이기기 위한 기본적인 방법을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중점을 두고 지도했습니다. 다른 스포츠를 보더라도 기본기 없이 편법이나 환경적인 요소를 통해 승리하는 팀은 결국 자기 위치로 돌아간다고 생각하거든요. 기본기를 갖추고 본인의 퍼포먼스를 극대화 할 수 있도록 가르쳤습니다. 대부분 어린 선수들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틀에 박힌 플레이나 퍼포먼스를 제한할 수 있는 요소를 배제하고 최대 역량을 끌어내는 방법과 자신감을 갖추도록 지도했습니다.

신인급 선수들에게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고 동기부여도 잘 해주시는 듯 보입니다
16년과 올해가 비슷한 케이스였죠. 2016년엔 저도 지도자 경력 2년차였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그 당시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제 자신의 중심이 잘 잡고 명확한 기준을 세워 신인 선수들이 따라오기 쉽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게임을 어렵게 가르치기 보단 간결하고 쉽게, 따라오기 편하게 만들고자 했죠. 

아프리카 프릭스 때와 WE에 있을 때의 차이점이 있다면 제가 S급 선수들 및 지도자들을 만나 경험을 쌓고 결과를 냈단 점입니다. 변화가 빠른 현재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는 신인 선수들을 데리고 두 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게임 내외적으로 많은 경험을 한 저는 선수들에게 게임을 지도하고 프로 마인드를 함양시켜 진정한 게이머로 만드는 데 가장 자신있었습니다. 지도론에서는 기본기를 철저하게 가져가는 것은 물론 팀 전체적으로 컬러를 만들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한창 롤드컵이 진행 중이지만 지금까진 LPL이 LoL e스포츠 프로씬에서 최고의 리그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LCK과 LPL을 모두 경험한 입장에서 LPL은 어떻게 달랐나요
LPL은 2017년에 프랜차이즈화 했고, 자본주의가 중요한 업계이다 보니 투자도 과감했어요. 강등이란 부담이 없으니 팀에 대한 투자를 중요하게 봤던거죠. 스포츠를 하면서 필요하면서도 과감한 변화에 대한 수용폭도 넓은 리그라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고여있지 않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봅니다.

한 해를 함께한 WE 선수들 만큼이나 코치님도 성장한 부분이 있겠죠. 중국에서의 1년은 코치님께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요
한국에서 5년 동안 코치 생활을 하면서 여러 포지션에서 다양한 역할을 경험했어요. 아프리카 프릭스 이후 중국 쪽으로 넘어갈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도 LCK에 남았던 이유는 우승하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었고 결국 목표를 이뤘죠. 5년이란 시간 동안 시행착오들을 겪고 난 후 중국에선 제 자신을 비워내고, 정리하고, 새로운 목표를 찾아냈습니다. 한 번 롤드컵이란 무대에 가본 만큼 롤드컵 우승이란 새로운 목표도 생겼고요. 중국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선수 관리 능력 및 게임적 지식을 검증하면서 e스포츠 시장에서 제 능력이 통하고 방향성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팀 상황에 따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단 확신도 얻었죠.

'방향성'이라는 단어가 코치님의 신념에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코치님이 말씀하시는 방향성이란 무엇인가요
게이머 시절부터 오랜 시간 쌓아온 게임 내적인 데이터 베이스가 있어요. 챔피언의 매커니즘 뿐 아니라 어떤 챔피언이 어느 타이밍에 강점을 드러내는지 등의 세세한 부분까지도요. 지금의 리그 오브 레전드는 게임 자체가 빠르고, 오브젝트 싸움을 피했을 때 손해를 볼 여지가 많아 길게 끌고 가기 어려워요. 방향성이란 챔피언의 강점, 시너지, 조합적인 색깔을 잘 잡아내고 이끌어가는 것이죠. 중국에서 그걸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더 보여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코칭 스태프도 여러 역할이 있어요. 전 그 중에서도 직위 상관없이 게임 내적인 방향성을 가지고 선수를 지도하고 결과를 내고 싶습니다.

특별히 선호하는 지역이나 스타일, 혹은 팀이 있나요
저는 지금 어느 팀을 가도 잘할 수 있는 나이고, 실력을 갖고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자신 있습니다. 그렇지만 LCK와 LPL을 경험한 입장에서 제가 가게 될 팀의 경영진과 프론트, 더 나아가 팬들이 우승을 갈망하는 마인드를 보유하고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저는 롤드컵 우승을 지향하고 이를 위해 달려야 하기 때문에 어느 곳에 가든 최대한의 노력을 하겠죠.

인터뷰를 마무리 하면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가요
꼭 다시 한번 팬분들께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정말 반갑습니다. 작년에도 말씀드렸지만 지역과 팀을 불문하고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책임감을 갖고 행동과 결과를 보일 것을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롤드컵 우승이라는 목표에 다가서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다 할 거예요. 누구보다 강한 신념과 목표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과를 통해 저의 능력을 입증하고 지난 6년과는 다른, 변화한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를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이 계시다면 기대해주셔도 좋습니다. 저도 자신감 있게 제 입으로 목표를 밝힌 만큼 꼭 이루도록 할게요. 열심히 노력해서 팬분들께 기쁨을 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하루하루를 금같이 생각하고 나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한빛 기자 mond@fomos.co.kr
사진=박상진 기자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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