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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모두가 바라보는 페이커, 이상혁이 바라보는 미래

박상진2020-10-01 07:27



2020 LCK 시즌이 마무리되고, 중국 상해에서 롤드컵이 한창 진행 중이다. '페이커' 이상혁이 활동 중인 T1은 LCK 3번 시드 결정 최종전에서 젠지 e스포츠에 패하며 아쉽게 롤드컵 진출에 실패했다. 스프링 우승을 생각하면 T1에 정말 아쉬운 순간이었다.

그리고 T1과 이상혁의 2021시즌은 이미 시작됐다. T1이 롤드컵 진출에 실패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과 2018년 두 번 진출에 실패했지만, 그래도 다음 해에는 언제나 좋은 모습을 보였기에 2021시즌 역시 이상혁과 T1이 기대되는 것.

특히 내년 시즌부터 LCK는 프렌차이즈를 도입하며 크게 변화한다. 이런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이상혁을 중심으로 LCK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 서 있는 이상혁은 아쉬운 2020 시즌과 다시 날아오를 내년 시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추석을 앞두고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시즌도 마무리됐습니다. 올 한 해는 어땠나요
스프링 시즌에는 좋았는데, 서머가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아쉬움만 남은 거 같네요.

올해 팀이 SK텔레콤 T1에서 T1으로 바뀌었고 BMW나 나이키, 클레브, 삼성전자, 하나은행 등 예전보다 규모가 큰 기업들이 T1과 스폰서십 활동이 늘었습니다. 내년부터 시작될 LCK 프랜차이즈를 앞두고 진행됐다고 보는데, 선수로서 이런 변화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긍정적인 일이죠. 게임단의 스폰서십이 늘고 그것으로 선수들이 관심을 많이 받는 것은 게임단과 선수, 그리고 e스포츠 산업 모두에 좋은 일입니다.

과거 게이밍 기어나 음료 위주의 스폰서십에서 올해는 자동차나 금융 기업에서도 T1과 스폰서십을 진행했습니다. e스포츠의 영향력이 커지며 다양한 스폰서십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상혁 선수의 활약이 컸다고 봅니다
T1은 세계에서 주목도가 높은 팀 중 하나고, 그만큼 팬들이 많이 바라봐주셔서 가능했던 일입니다. 그만큼 열심히 하고 있기에 e스포츠에 발전적인 모습이 보이는 거 같습니다.

본격적으로 유튜브 개인 영상 채널도 가동 중인데, 조회수만 보자면 LCK나 T1보다도 더 높은 수치를 기록 중입니다. LCK가 프랜차이즈 체제로 넘어갈 수 있던 것도 이상혁 선수가 있기에 가능했다로 보고요
LCK 발전에 있어 제가 기여했다기보다, LCK 발전으로 제가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제가 있어서 LCK가 성장한 것이 아닌, LCK가 성장하면서 저도 같이 성장한 거죠. e스포츠는 언제나 성장할 거로 생각했고, 이 과정에서 제 역할이 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까지와 달리 내년부터는 LCK도 프랜차이즈 체제를 시작하고, 그만큼 변화도 많을 듯합니다. 선수의 시점에서 이러한 변화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선수들에게 가장 큰 변화는 연봉 상승이죠. T1뿐만 아니라 다른 팀 소속 모든 선수가 높은 연봉과 좋은 대우를 받아야 e스포츠 전체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LCK 소속 모든 팀들의 관심도가 높아질 거로 예상하고, 선수나 팀에게 모두 좋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합니다.

연봉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선수들이 단기적 계약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선수들을 육성하고 기용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서 T1이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고 봅니다. 특히 강남 신사옥으로 옮기고 나서 본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실제 이를 체험하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느끼는지
T1은 SK텔레콤 T1 시절부터 운영됐고, 오래된 만큼 노하우가 쌓였죠. 그리고 e스포츠 전문 기업인 T1으로 거듭나면서 장기적인 운영 계획을 가지고 선수들에게 신경을 많이 쓰는 게 느껴집니다. 특히 강남으로 이전하면서 이런 부분을 더욱 느끼는데, 예를 들자면 예전보다 좋은 식사를 제공받죠. 특히 저는 균형 잡힌 식단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팀에서도 이 부분을 잘 챙겨주죠. 그리고 식사 외에도 사옥 내에 선수를 위한 헬스장이나 사우나 등 휴게 공간이 잘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시작 단계고, 더 좋아질 거로 생각합니다.

T1에서 아카데미 팀도 운영하고, 최근 방영된 '롤 더 넥스트'에서도 소속 선수들이 주목받았습니다. 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그리고 아카데미 선수들에게 조언 한 마디도 부탁합니다
일단 저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게 느껴집니다. 생년월일을 보면 앞이 0으로 시작하더라고요.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흐름이 생겨난다는 느낌이 듭니다. 체계적으로 선수를 키우는 거죠. 아카데미 시스템이 없을 때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잘하는 인재를 모아서 체계적으로 성장시키는데, 이들에게 열심히 하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예전 인터뷰에서도 열심히 한다고 하길래 구체적으로 물어본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구체적으로 물어보고 싶네요
자세히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걸요.
 


이제 성적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올해 롤드컵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이상혁 선수는 계속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였죠. 스프링 스플릿 포스트 시즌에서도 정규 시즌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였고, 서머에서도 위기가 있었지만 마지막에는 내년에 대한 기대감을 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내년에도 좋은 모습을 보일 거로 예상하는데, 어디까지 달성할 수 있을까요
내년에도 롤드컵 우승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 중입니다. 지금부터 따지자면 내년 시즌을 준비할 시간이 많이 있고, 그래서 제가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서 우승도 하고, 그 이상으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 시즌 중반 T1 파트 오너가 됐다는 발표가 있었는데, 선수 생활 후의 행보도 준비하는 듯했습니다. 선수 생활에 집중하면서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거 같더라고요
파트 오너라는 자리가 대외적으로 영향력이 있을지는 몰라도, 지금 프로게이머를 하는 데 있어 팀에 영향력을 끼치거나 제게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미래에 대해서 구체적인 방향을 정하지도 않았고, 저는 지금 프로게이머니 선수 생활에만 집중해야죠.

과거 e스포츠 선수로 목표가 임요환이었다면, 이제는 이상혁이죠. 지금 T1 스트리머로 활약 중인 임요환과 인터뷰를 진행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임요환이 "후배들이 내가 받던 이상의 대우를 받는 게 내 꿈이고, 이상혁이 그 꿈을 이뤄 정말 좋다"라고 이야기했었습니다. 제2의 임요환을 넘어 이상혁으로 사람들에게 각인됐는데, 이런 흐름의 중심에 서 있는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 만큼 제가 더 잘해야 합니다. 그래도 저는 언제나 제가 하고 싶은 길을 가고 일을 하려 합니다. 하지만 그건 훗날의 일이고 저는 아직 선수로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선수로서 욕심은 지금도 여전한 거 같습니다
선수로 당연한 모습입니다. 제게 부족한 점도 있겠지만, 내년에 다시 잘할 거라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상혁 선수를 보아온 시간만큼이나 팬들도 이상혁 선수들을 보았고, 한결같이 존경받을 모습을 같이 바라봤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 힘든 일도 많았죠. 특히 올해 포털 악성 댓글과 커뮤니티 비난글이 수위를 넘었고, 결국 포털 스포츠 기사도 댓글 기능이 중단됐죠. 그 과정에서 팬들이 이상혁 선수를 많이 걱정했고, '테디' 박진성 역시 많이 힘들 거 같은데 티를 안 낸다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정작 저한테 와닿는 건 없었어요. 저는 외부의 비난이나 비판에 크게 신경 쓰지 않거든요. 올해나 작년이나 크게 다른 점을 느끼지 못했어요. 오히려 저보다 팬들과 게임단 내에서 감독님 같은 분들이 그 문제로 제게 신경 쓰는 게 느껴졌죠. 저는 외부의 반응에 민감하지 않아요. 그래서 악플에 전혀 개의치 않았죠.

악플을 안 보는 건가요, 아니면 봐도 느낌이 없는 건가요
거의 안 봅니다. 예전부터 커뮤니티를 잘 안봤거든요. 선발전이 끝나고서야 어떤 반응이 있었는지 알았어요. 반응을 보고는 외부의 여론 같은 것들이 팀이나 저의 방향성을 해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팀 내부적으로 찾은 문제점은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과 언제나 달랐어요. 그래서 외부 이야기를 신경 쓰기보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하죠.

여러 일이 있었던 LCK 시즌을 마치고 평소와는 다른 일을 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예를 들자면 운전면허 취득 같은 거. 어떻게 도전하게 됐는지. 시간 여유가 생겨서 도전한 일인가요, 아니면 BMW에서 제공한 차량 때문인가요
둘 다입니다. 시간도 남았고 언젠가 운전면허는 따려고 했어요. BMW 스폰도 받았으니 일석이조입니다.

언제 정도면 실제 운전이 가능할까요
아직 기능 시험도 안 봤습니다.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도로에 나가지 않을까요.

예전 일산 시절 팀 동료였던 '울프' 이재완이 연습실 내에서 사격 게임을 하던 중 본인에게 '상혁아, 넌 롤 아니면 뭐하고 살았을 거 같냐'라고 했던 게 기억나네요. 아예 과녁을 빗나가서 했던 이야기로 기억하는데, 운전도 게임과는 다르잖아요. 쉽지 않았을 텐데요
저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처음에는 잘 못합니다. 하지만 발전이 빠른 스타일이고, 운전도 하다 보면 잘할 거 같습니다.

인터뷰 중반 이상혁 선수에게 선수 이후의 일을 물어봤던 적이 있는데, e스포츠 팬 중 많은 사람들이 이상혁 선수를 바라보고, 이상혁 선수가 바라보는 미래가 팬과 제2의 이상혁이 되고 싶은 선수들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제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선수고, 선수 본연의 목표에 집중할 뿐이죠.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제대로 전하지 못했지만, 저의 궁극적인 행복이나 미래로 향하는 길은 지금 프로로 열심히 하고 롤드컵에서 우승을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의 길은 그때 가서 제가 맞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좋은 대답을 했는지 모르겠네요.

미래를 위한 가장 좋은 선택은 현재에 집중하는 거라는 거라는 이상혁 선수의 생각이 팬들에게 전달되기에 충분한 대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쉽지 않은 질문이었는데 답변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지켜봐 주는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올해 아쉽게 끝났지만 내년에 다시 우승하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팬들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네요. 내년에도 열심히 경기해서 앞으로 나가면 되는 거고, 잘 재정비해서 내년 좋은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박상진 기자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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