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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경민의 클로즈업] 수면 밑의 발돋움, VRLU 기블리의 지지대 우현빈 감독-이준호 코치

박상진2020-04-07 07:19



e스포츠의 코칭, 스텝은 선수 뒤에서 팀을 지탱한다. 물론 종목마다 경우가 다를 수 있으나, 리그 오브 레전드를 제외한 모든 리그의 경우 그림자처럼 수면 아래에서 제 할 일을 마친다. 배틀그라운드 VRLU 기블리 팀 역시 마찬가지. 2020년 새롭게 창단된 VRLU 기블리는 PGS: 베를린 한국 대표 선발전에서 우승이라는 역사를 쓰고 세계로 진출할 발판을 마련했다.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VRLU 기블리는 각 팀에서 모인 다섯 명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큰 접점이 없는 선수들이 각기 모여 한팀을 이뤘다. 이들이 어떻게 짧은 기간 안에 팀합을 맞추고, 기존 팀을 제칠 수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VRLU 기블리의 우현빈 감독과 이준호 코치는 해답을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았으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구단과 팀의 방벽이 되어주는 우현빈 코치, 그리고 선수진의 의견을 가장 신경 쓴다는 이준호 코치. 모든 것은 선수단과 코치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물론 선수진의 노력은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팀이 한몸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면 분명히 그 대가는 결과에서 나온다. 코치와 선수를 위한 팀, 선발전의 주인공 VRLU 기블리의 우현빈 감독과 이준호 코치를 만나보았다. 

모두 각자 흩어져 있다가 모여 한 팀이 됐어요. 그리고 생각보다 빨리 결과를 냈고요. VRLU 기블리 팀이 결성된 계기가 있다면요
우현빈 감독: 처음엔 단장님께 e스포츠 팀을 만들고 싶다고 말씀드리니까 그러면 한번 해 보자 하고 시작했어요. 처음엔 진짜 가능한 건가 했는데 정말 팀을 창단하게 되더라고요. 코치 명단이 있었는데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게 이준호 코치예요. 능력을 알고 있으니까. e스포츠 특성 상 코치가 직접 게임에 관여하잖아요. 그래서 ‘히카리’ 김동환 선수랑 이준호 코치랑 같이 오게 됐어요. 선수는 성장형 선수들을 뽑고 싶었어요. 모든 과정에서 코치의 의견을 많이 밀어줬죠.

감독님이 코치님의 의견을 많이 밀어주셨다고 했는데, 코치님은 다섯 선수의 어떤 점을 보고 뽑으셨나요
이준호: 뭘 보고 뽑았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거 같고. 동환이 같은 경우는 옛날부터 잘하는 걸 알고 있었잖아요. 성격도 두루뭉술하고. ‘람부’ 박찬혁 친구 같은 경우는 원래부터 생각이 있었는데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거든요. 팀 나오자마자 대구까지 내려가 PC방에서 캐스팅 했어요. 우승에 대한 열망이 강하고 특이한 친구예요. 근데 초기 계획했던 네 명 중 두 명이 없으니까 계획이 많이 틀어졌거든요. 그래서 두 명에게 물어봤어요. 같이 하고 싶은 선수가 있냐고. 얘기해서 만나 뽑힌 게 나머지 친구들이에요. 다섯 명을 성격으로나 게임으로나 비슷한 선수들로 구성했어요. 

사실 팀게임 특성 상 각자 다른 곳에서 모인 선수들이 짧은 시간에 결과를 내는 게 힘들어요. 그런데도 짧은 시간 안에 결과를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우현빈 감독: 누가 잘했다 이런 것보다 모두의 노력이었다고 생각하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당연히 코치가 노력을 많이 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전략적인 부분에서 많이 준비하는 모습을 봐 왔기 때문에 그래요. 팀적으로 봤을 땐 빠른 시일 내에 친해지고 팀워크도 발휘했죠. 이 팀은 되겠구나 생각을 했었어요. 
이준호: 제가 인복이 좋은가봐요. 운이 좋았던 거 같아요. 

그렇다면 선수진끼리 의견 조율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는 편이신가요
이준호: 믿지 않으실 수 있는데, 조율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요. 
우현빈: 애초에 선수들을 뽑을 때 이런 선수들을 뽑고 싶었던 거예요.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면 뽑지도 않았겠죠. 서로 의견 충돌 없이 원만하게 잘할 수 있는 선수들을 뽑았어요.

성적이 좋은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이번 한국 대표 선발전에서 리빌딩을 대거 진행한 팀이 오히려 성적이 좋았거든요
우현빈: 사실 박찬혁 선수가 와서 얘길 했었는데 이번 대회만큼은 앞으로 공격적으로 풀어나가야만 베를린에 갈 수 있다고. 공격적이라기보다는 확고한 팀? 플레이가 확고하고 준비가 되어 있는 팀이 성공하는 거 같아요. 공격적이면서도 실패하는 팀이 있잖아요. 젠지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수비할 땐 확실하게 수비하고 투자할 땐 확실하게 투자하거든요. 
이준호: 룰을 깨는 팀이 보통 그런 것 같아요. 지난 시즌 다나와가 그랬잖아요. 젠지 스타일로 외곽을 깎는 게 유행했는데 모두가 외곽을 깎고 있으니까 다나와가 그럼 우리는 중앙에 진입하자. 남들이 하지 않았던 걸 과감하게 시도하는 팀이 보통 성적으로 연결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메인 오더가 다 바뀐 걸로 아는데 그런 것을이 유의미한 거 같아요. 오더가 바뀌면 많이 바뀌는 거든요.
 


한국 대표 선발전을 잘 치르긴 했는데, 작년과 리그 운영 방식이 많이 달라졌어요. 이에 팀을 운영하면서 불편한 점은 없었나요
우현빈: 저는 이번 리그 개편안을 찬성하는 편이에요. 성적이 안 나와서 압박을 받는 힘든 상황이더라도 이게 맞다고 생각하고요. 세부적으로 얘기하면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야겠지만, 찬성하는 편이었고... 다만 부분적으로 개선할 부분은 고치고 간다면 괜찮을 거 같아요.
이준호: 단순하게 봤을 땐 장기전이 없어졌잖아요. 장기전이 더 힘들기 때문에 그 부분이 좋아요. 

PGS 한국 대표 선발전에 들어가기 전에도 대회가 있었어요. 그 대회와 스크림 성적을 토대로  선발전 결과를 대충 예상해보셨을 듯한데, 예상과 실제 결과가 어떻게 달랐나요
우현빈: 사실 무조건 1등 이런 건 바란 것도 아니었고 계획 자체가 1년을 길게 보자는 거였는데 예상 외로 다들 너무 잘해줬어요. 거기서 최선을 다했다는 느낌을 받았죠.
이준호 코치: 1위할 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베를린에 갈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어요. 

사실 PGS 선발전에 비해 한, 중 친선전 성적은 좋지 못했거든요. 물론 이벤트 대회이기 때문에 모두 편한 마음으로 임했던 것도 있지만 그래도 해외 팀과 처음 하는 대결이기 때문에 성적이 잘 나왔다면 좋지 않았을까요
이준호: 한, 중 친선전은 애초에 목표가 있었어요. 그 목표를 대충 달성하긴 했는데 조금씩 계획에서 어긋나더라고요. 어차피 PGS 가서 다 만날 팀이니까 이번 기회에 VRLU 기블리라는 팀이 있다, 맞아봐라 하고 학교나 로족으로 뛰어들었어요. 물론 더 잘될 수도 있었는데... 밀리터리 베이스 서클도 많이 뜨고 나머지 원도 힘들다보니 성적이 잘 나오진 않았네요. 
우현빈: 둘째날에는 오히려 사녹에서도 일부러 찾아갔는데 피하더라고요. 그런 부분이 아쉬웠죠.

선수단 인터뷰에서 T1을 견제하고 있었다는 대답이 있었어요. 랜드마크가 밀접해있어 운영에 방해가 됐던 것으로 보이는데, T1 외에 다른 팀을 경계한 적이 있나요 
이준호: T1은 원래부터 붙어있었고 다나와e스포츠, 그리핀 등이 있네요. 저격 외에 다른 전략도 많이 짰는데 쓸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어요. 마지막 날 다른 팀을 저격한 건 선발전 들어가기 전부터 계획에 있었어요. 만약 파이널 가기 전에 점수가 충분하고 베를린행을 확정지을 수 있는 상황이면 강팀을 떨어트려보자. 그렇게 그 장면이 나온 거죠. T1과 다나와, 그피린 등을 경계한 이유는 단순하게 얘기하면 강팀이니까요. 그리핀 같은 경우도 강팀이고, 다나와도 복병이었잖아요. 그런 팀들이 다 붙어있어요. 또 담원 게이밍은 운영에 엄청 방해됐거든요. 저희가 들어가려고 봤던 곳을 계속 담원이 들어가니까 자연스럽게 주변에 있는 팀이 수비 경계도가 올라가는 거예요. 나머지 팀은 별로 만날 일이 많지 않았던 걸로 기억해요.

이제 유럽 상황이 진정되면 PGS: 베를린에 참가하게 될 텐데, 해외에서 복병이라고 생각하는 팀이 있으신가요
이준호: 동남아권 팀이 복병이에요. 다른 지역 강팀들은 워낙 세계대회에 자주 출전하기도 하고 정보가 많기도 한데 동남아 팀은 워낙 변수가 많다보니 동남아 팀이 복병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기블리의 인원은 5명이에요. 주전 경쟁이 없을 수가 없잖아요. 보통 그런 조율과 멘탈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이준호: 일단 인원은 더 늘렸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는 후보가 아니라 모두가 주전이라고 생각해요. 모두 동등한 실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들어갈 수 있어요. 그래서 한, 중전에서 (김)성민이를 내보냈었고, 그 부분에서 멘탈 관리가 중요한 걸 알고 있으니까 (관리)할 수 있는 애들을 데려왔어요. 성민이는 후보로 있는 게 아까운 선수죠. 다른 팀 가면 주전으로 뛸 수 있으니까요. 
 


이처럼 코치와 감독의 역할이 중요해요. 배틀그라운드에서 코치와 감독진의 역할에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우현빈: 코치도 해 봤고 코치와 감독 역할도 같이 해봤는데, 확실히 코치가 같이 지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감독의 말보다는 코치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좋다고 생각했었고요. 다른 게임 보면 감독들이 지시를 많이 하고 터치하고, 코치들은 데이터를 모아오는 경우가 많아요. 배틀그라운드 만큼은 코치가 직접적으로 풀어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점이라고 하면 그것도 있어요. 코칭에서 두 명 이상이 끼면 안 돼요. 게임을 하는 친구들은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팀의 데이터만큼은 코치가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그렇다면 감독님이 보는 코치님은 어떤 사람인가요
우현빈: 겉으로 보면 시크한데 어떻게 보면 치밀하고, 어떻게 보면 세심한 친구예요. 정말 처음에는 그냥 생각 없이 같이하자고 했을 수 있지만 따라와 주니까 고맙기도 하고요. 생각이나 전달력이라든지 코칭 능력을 알고 뽑은 거기도 해요. 
이준호: 그만두고 나서 놀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해야 돼 하니까 그럼 열심히 해야지, 하고 제가 좀 단순한 면이 있어요. 
우현빈: 근데 이 친구가 한다고 하자마자 그럼 선수부터 뽑자고 결정이 났던 거예요. ‘람부’ 박찬혁 선수 얘기 나오자마자 갑자기 내일 내려가겠다고 했어요. 저는 같이 가진 못했는데 혼자 가서 캐스팅 했죠. 박찬혁 선수도 놀랐더라고요. 

여러모로 신뢰 관계가 두터운 것 같아요. 그래도 힘든 부분이 있을 거 같은데, 어떤 면이 힘들까요
우현빈: 전에 제가 코칭을 같이 했으니까 알아요. 그래서 이번엔 확실하게 이 부분은 지켜야지 했던 게 인게임 부분을 회사 쪽에서 개입하는 경우예요. 사무국이라든지 회사에서 요구하는 게 있어요. 그런 것들이 많이 힘들었죠. 이번에 감독으로 오면서 제가 방벽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단장님이 전에 감독을 하셨던 분이다 보니까 그 부분을 너무 잘 이해해주시더라고요. 많이 지원해주시기도 하고요. 그래서 지금은 힘든 부분이 없어요. e스포츠는 코칭 스텝들이 정말 힘들거든요. 힘들다고 하면 힘들겠지만 현재는 그냥 본인 앞가림만 하면 되는 상황이니까요. 코치로서의 고민은 많을 수 있겠죠.
이준호: 선수보다 조명을 못 받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보다 이 안에서 인정받는 일이 힘들죠. 압박감이 있잖아요. 밖에서 하는 말은 신경 쓰이진 않는데, 안에서 아이들이 하는 말은 신경 쓰거든요. 그래서 인정받을 때까지 열심히 했죠.
 


감독님이 회사와 팀의 방벽이 되어서 많은 부분을 커버해 주시는 듯해요. 코치님은 결정권이 생겼을 때 오히려 안 좋은 부분도 있고 좋아진 부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준호: 이것도 다 사람이 하는 거라서 아무래도 눈치를 안 보게 된 게 크죠. 눈치를 보게 되면 기량이 전부 발휘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차라리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제가 책임지는 게 좋거든요.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전엔 제약된 게 많았어요.
우현빈: 물론 운영적으로 이 방법이 더 좋은 거 같다고 생각될 때는 저도 코치에게 얘기를 하겠죠. 이런 방법도 있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요. 그런데 생각을 거스를 생각은 없어요. 믿고 맡겨보고, 그 다음에 얘기해보고 이 방법이 맞는 거 같아요. 

VRLU 기블리 팀의 지도 방향, 아니면 신념 등이 있을 거 같아요
이준호: 저는 무엇보다 프로 생활을 행복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우현빈: 전엔 터치도 많았을 텐데 같이 일하면서 재밌게 해주려고 노력하고, 편하게 해 주려고 노력해요. 정답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이번 팀에서만큼은 이게 해답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우현빈: 이렇게 모이게 된 것도 놀라운 일이에요. 각 팀에서 모인 선수들이 성과를 내는 게 타 게임에서도 드물 만큼 전례가 없는데 저희가 이뤄서 기쁘고, 앞으로도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그 과정에선 회사의 지원도 컸고, 또 우리 준호 코치가 쉴 땐 쉬면서 건강 챙겼으면 좋겠습니다.
이준호: 마지막에 잘해야 잘하는 거더라고요. 앞으로 더 잘해서 2020년 한해 좋은 마무리 지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박상진 기자 Vallen@fomos.co.kr
모경민 기자 rao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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