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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가 만난 사람] kt 안효연 멘탈 코치, "항상 강조하는 건 '10등 마인드'"

김기자2020-04-04 06:56


*연구 논문을 기준으로 멘털이 아닌 멘탈(mental)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e스포츠가 발전하고 전문화되면서 중요해진 건 선수들의 심리 상태다. 체격, 체력이 중요시되는 일반 스포츠와 달리 e스포츠는 심리적인 부분 등 외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과거 SKT T1(현 T1)에서 활동했던 '블랭크' 강선구(현 센고쿠 게이밍)이 심리 상담을 받았다는 내용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최근 들어 선수들의 마인드, 심리를 치료하는 멘탈 코치를 두는 리그오브레전드(LoL) 팀이 늘어나고 있다. 멘탈 코치의 출발은 유럽으로 알려지고 있다. LEC 로그와 매드 라이온즈, 샬케04 등이 오래 전부터 멘탈 코치를 두고 선수들의 심리 상담을 하고 있다. 

한국 LCK에서도 멘탈을 담당하는 코치가 있다. 샌드박스 게이밍 정명훈 코치, 젠지 주영달 코치 등이 멘탈을 담당하고 있는데 전문적인 학위를 받은 코치는 kt 롤스터 안효연 코치가 유일하다. 서울대학교 스포츠 심리학 박사 출신인 안 코치는 락스 타이거즈, 킹존 드래곤X(현 DRX)를 거쳐 kt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지난 시즌 '폰' 허원석(은퇴)를 세심하게 케어한 것으로 잘 알려졌다. 

- 자신의 소개를 부탁한다
kt 롤스터에서 선수들 멘탈을 전담하고 있는 멘탈 코치 안효연이라고 한다. 

- 멘탈 코치가 낯선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됐는지 설명해줄 수 있는가 
2016년 e스포츠협회에서 프로젝트로 한 연구 용역 사업이 있었다. e스포츠 심리 기술훈련을 개발하는 거였다. 그걸 하면서 구 락스 타이거즈를 전담하게 됐다. 다른 몇 개 팀도 다른 분이 배정받았지만, 잘 안된 경우도 있었다. 일을 하면서 내가 생각한 거보다 e스포츠 선수들도 다른 스포츠 선수처럼 승부욕, 훈련 프로그램 등이 체계적으로 잡혀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프로게이머를 선수로 봐야 할지 선입견을 갖고 있었는데 일하면서 깰 수 있게 됐다. e스포츠에 대해 매력을 느꼈지만 2017년에는 박사학위 준비 때문에 팀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후 2018년에 강동훈 감독으로부터 합류 제의를 받고 지금까지 연이 이어지게 됐다. 

- 예전부터 심리학에 관심을 가졌나
어릴 적부터 태권도, 럭비, 동아리 농구 등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를 몸소 경험했고, 그 때도 제가 다양한 상황에서 겪는 긴장감과 이기고 싶은 마음 등을 경험했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관전 때에도 쉽게 되었던 것 같다. 스포츠에서도 보면 팬들이 느끼는 긴장감이 있는데 선수는 팬들의 긴장감보다 2~3배가 크다. 그런 것을 보면서 심리학에 재미를 느꼈다. 그리고 공부를 하다 보니 e스포츠와 연을 닿게 됐다. e스포츠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로 생각해 조심스럽게 접근했는데 여기까지 오게 됐다. 다만 e스포츠에서 전문가라는 소리를 듣는 것에 대해선 부담되는 게 사실이다. 

- e스포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앞서 언급했던 프로젝트를 2016년에 했는데 준비는 2014년부터 했다. e스포츠협회에서 LoL 이해도가 중요한 거 같다고 해서 브론즈 티어라도 만들 것을 주문했다. 그래서 연구실 박사들이 아이디를 만들어서 뛰어들었다. 

- 제3자 입장서 e스포츠를 어떻게 보고 있었나? 
체육이나 스포츠 전문 분야서는 'e스포츠를 스포츠로 인정 여부'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다양한 연구자료를 보면 스포츠는 대근육 활동이 돼야 하는데 e스포츠는 활동이 없다. 그래서 e스포츠는 '스포츠적인 요소는 갖고 있지만, 스포츠라고 부르기는 힘들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저는 e스포츠 현장에 와본 적이 없고 팬심도 없었지만 재미 요소는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2016년 팀에 들어갔을 때 운이 좋게 잠실에서 했던 LCK 결승전을 보게 됐는데 팬들이 열광하는 모습, 선수들의 긴장감, 관중이 있고 미디어가 있는 것을 보면서 스포츠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됐다. 어린 친구들만 즐기는 분야인 줄 알았지만 아기와 같이 온 30대, 그리고 20대의 젊은 세대가 주가 돼 결승전 무대 경기를 보는 것을 보면서 스포츠로서 즐길 거리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했다. 

- 멘탈 코치 입장서 스포츠와 e스포츠 차이점을 이야기하자면? 
e스포츠와 스포츠는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많다. 스포츠에서도 멘탈 트레이닝이 발달한 테니스, 골프 등을 보면 코치진이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할 수 없다. e스포츠도 동일한 맥락에 있다. 선수들이 경기 부스 안에 들어가 경기를 하면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할 수 없다. 작전 타임도 없다. 박항서 감독님처럼 소리를 지를 수도 없다. 멘탈은 선수들의 위기 대처 능력을 키우는 훈련 분야이며 경기력에 도움이 된다. e스포츠도 멘탈 트레이닝을 하는 종목과 일맥상통한 부분이 많다고 말하고 싶다. 

- 선수들을 보면 에이징 커브가 오는데 멘탈적인 요소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만약에 있다면 어떻게 케어하려고 하는지 궁금하다 
e스포츠는 에이징 커브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유인 즉슨 다른 스포츠처럼 대근육을 사용하지 않기에 나이가 들어서 신체 기능적인 면이 떨어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허리 디스크, 시력 저하 등이 생길 수 있지만 다른 스포츠 종목처럼 에이징 커브를 논하는 건 거리가 있다. 스포츠 선수들의 에이징 커브는 점프력, 부상 등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굳이 e스포츠에서 에이징 커브를 논한다면 자기 관리적인 측면이 있다. 선수의 의지가 영향을 많이 미친다. 선수들에게 종종 이야기하는데 어렸을 때 PC방에 가지 말라고 해도 가서 티어 올리는 재미가 있다. 티어를 올리면서 나는 유능하다고 생각하는데 프로 무대에 오면 다르다. 다들 잘한다. 그리고 유능한 선수들 사이에서 경쟁해야 한다. 프로를 하면서도 유능감을 통해 재미를 찾아야 하는데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라고 보면 된다. 

- kt가 5연패를 당했을 때 방 탈출 게임 등 액티비티 활동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당시 어떤 심정이었나? 사실 DRX, 젠지와의 경기서 역전패를 했을 때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타격을 입었을 거로 생각했다
시즌 초반이라서 지금보다는 이기는 방법을 터득하기 전이었다. 모두가 힘들어하던 시기였다. 멘탈 트레이닝은 힘든 선수에게 가서 버프만 주는 역할로 아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심리기술 훈련, 멘탈 트레이닝은 교육이 필수다. 선수들에게 심리 기술을 알려줄 수 있고 동기부여를 줄 수도 있다. 처음 2연패까지는 방향성을 바꾸지 않고 선수들에게 심리 기술만 알려주려고 했다. 

마인드셋, 번아웃 예방 등 응원성 멘트가 담긴 교육자료를 만들어 선수들에게 접근했다. 개인적으로 면담도 했다. APK에게 졌을 때는 강동훈 감독님 포함 코칭스태프 전체가 방향성에 대해 고민했다. 리빌딩한 다음 시즌 초반에는 목표가 높았는데 내려놓는 계기가 됐다. 요즘에도 '10등 마인드'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최근에 만드는 교육자료에도 감독님이 말한 '우리는 10등이었다는 생각을 잊지 말자'고 적어 놓는다. '아파본 적이 있기에 아프지 말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 개인적으로 액티비티 활동이 선수들의 심리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궁금하다 
리프레시(환기) 역할을 한다. 방향성을 바꿔야 했으며 5연패를 한 뒤에는 승강전에 대한 부담도 있었다. 선수들에게는 환기해줄 목적으로 원하는 걸 해주려고 했다. 처음에는 영화를 보여주려고 했는데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 말 한마디 안 하고 스크림만 보고 온다. 선수들끼리 이야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감독님이 다음 날 저녁에 '방 탈출 게임'을 찾았다. 게임을 통해 소통하는 창구를 만들었다. 선수들은 경기서 패하면 이야기를 안 하는데 감독님도 이번 경우에는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 멘탈 교육을 받으면서 변화한 선수는 누구인가? 
'쿠로' 이서행 선수와 박종익 선수가 든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박)종익이 같은 경우에는 작년보다 올해 스스로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5연패를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힘들었을 건데 이겨내려는 의지를 보여줬다. (이)서행이의 경우에는 초반 4~5연패 했을 때 개인적으로 코치박스에서 눈물이 날 뻔했다. 주장이고 맏형이기에 경기 전에 파이팅해서 선수들을 다독여주자고 주문했다. 원래부터 잘했지만 지금까지 모든 세트서 한 번도 빼놓지 않았다. 세트서 패한 후에는 다음 세트가 중요한데 서행이는 파이팅을 놓지 않는다. 형인데 형답지 않게 해준다. 약간 강한 멘트가 아니라 말꼬리를 흐리면서 분위기를 업시켜준다. '나보다 서행이가 힘들 건데. 그걸 하고 있다'라는 모습에 울컥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의지가 있고 열심히 하려고 한다. 나머지 선수들도 본보기가 돼서 따라오려고 한 거 같다. 

- e스포츠가 발전하면서 각 팀에도 멘탈 코치가 늘어날 거 같은데 본인도 동의하는가?
앞서 이야기했지만, e스포츠 특성상 실시간 피드백이 안 된다. 이에 위기 대처 능력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 연패, 관중 유무, 팀 분위기 등에 따라 기복이 있을 수 있다. 다른 종목은 체격, 체력에서 경기력이 좌지우지된다. e스포츠는 기본적으로 게임하는 기술은 있지만, 다른 상황적인 요인이 영향을 많이 준다. 예전부터 나이 있는 선수들에게 늦더라도 대학교 체육과 들어가서 스포츠 심리를 전공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전문적으로 배워 앞으로 코칭스태프가 돼야 하는 사람은 선수 출신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LoL이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선수들이 코칭스태프로 자리 잡는다면 e스포츠의 스포츠화에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강동훈 감독처럼 멘탈 및 분석 등을 전문 코칭시스템 구축을 위해서 선수 훈련의 한 영역으로 받아들여주는 팀이나 프론트가 늘어난다면 이 분야의 성장을 더욱 기대해 본다.

- 현재 멘탈적인 부분을 잡아줄 선수는 '레이' 전지원이라고 생각한다 
(전) 지원이와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LCK로 돌아왔을 때 생각했던 기대감이 있었는데 휴식을 취하고 온 선수이기에 많이 다를 것이다. 현재는 적응에 목표를 두고 있다. 욕심을 낮추게 하려고 하며 팀으로서는 믿음과 안정감을 주려고 한다. 본인 의지가 있기에 잘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렇다면 연승을 달리고 있을 때 선수들에게 멘탈 관리는 어떻게 하는가? 
선수들은 적절하게 긴장감을 갖고 있어야 한다. 연승이지만 선수들이 긴장을 놓치지 않도록 도와주려고 한다. 과도하게 자신감도 없어야 한다. 항상 말하는 거지만 '우리는 10등이었다'라는 걸 수시로 이야기하고 있다.

- 멘탈 코치로서 뿌듯할 때는 언제인가? 
서행이가 약속을 지켜줄 때. 작년에는 (허)원석이가 '폰대관'이라는 말을 들으며 복귀를 했을 때 뿌듯했다. 일단 경기를 마치고 고생을 한 선수들은 이기면 해냈다는 표정이 있다. 저한테 와닿는 특정한 뭔가가 있는데 그 모습을 봤을 때 매우 뿌듯했다. 그러면 뭘 더해주면 좋을지 생각하게 된다. 

- 앞으로 멘탈 코치를 지원하는 사람에게 조언한다면 
이 일에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 했으면 한다. 제가 e스포츠에서 처음으로 하는 거기에 기준이 돼서 평가가 이뤄진다. 일을 그르치지 않을까 조심스럽다. 선수들을 진심으로 생각하며 소통할 수 있고 개인적인 리스펙을 해주는 사람이 멘탈 코치의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용우 기자 kenzi@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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