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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빛의 티타임] 북미에서 세 번째 봄 보낸 '썸데이' 김찬호, 적응기와 노력을 말하다

이한빛2019-04-24 12:03


프로게이머들은 직업 특성상 늘 승패의 부담을 떠안고 산다. 거기에 낯선 타지 생활까지 더해진다면 프로게이머에게 실리는 부담감은 두 배가 된다. 낯선 문화에 적응하고, 팀원들과 소통할 수 있을 정도의 언어 능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팀마다 통역사를 두는 팀들도 있지만 결국 게임 내에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선수 자신의 몫이다.

'썸데이' 김찬호는 두 가지를 모두 잘 해내고 있는 프로게이머다. 한국에서 '미친 고딩'이란 별명을 갖고 있던 김찬호는 2017 스프링 시즌을 앞두고 북미에서 선수 생활 제 2막을 열었다. 그는 김찬호는 100 씨브즈의 2018 스프링 결승과 롤드컵 진출에 선봉장 역할을 하며 뛰어난 기량을 이어갔을 뿐 아니라 인터뷰도 통역사 없이 척척 해낼 정도로 게임 외적으로도 적응한 모습이다. 

그렇게 김찬호의 북미 생활에서 세 번째 봄이 지나갔다. 소속팀인 100 씨브즈는 비록 지난 스프링 시즌에서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김찬호는 "절대 10위에 머무를 팀이 아니다. 이번 성적을 계기 삼아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어느덧 북미 생활 3년차에 접어든 김찬호에게 북미에서의 생활과 2019 스프링 시즌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에 앞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북미 100 씨브즈에서 탑 라이너를 맡고 있는 '썸데이' 김찬호라고 합니다

시즌 종료 후 한국으로 오시고서 어떻게 지내셨나요
북미 스프링 시즌에서 10등으로 빠르게 탈락한 후에 한국에 와서 휴식을 취하고 있어요. 지금 담원 게이밍에 계시는 김정수 코치님과 일본 오사카도 다녀왔어요. 원래 중국의 BLG 코치님이신 박재석 코치님과도 같이 가기로 했는데 바쁘셔서 함께 하지 못했어요. 그래도 재밌게 다녀왔습니다.

전 동료였던 '스코어' 고동빈이 승강전을 뚫고 롤챔스 잔류에 성공했어요. 지켜보는 입장에서 어땠나요
안쓰러웠죠. 성적이 안 나오면 비판 듣는 것이 당연하긴 한데 지나쳤고, 명색이 kt인데 승강전까지 갔으니까요. 끝나고 딱히 연락하진 않았지만 올라갈 것이란 믿음이 있었습니다.

어느덧 북미에서 활동하신지 2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타지에서 생활하는 것은 어떤가요
당연히 프로게이머라면 어느 지역에서든 스트레스는 따라오는 것 같아요. 아직도 한국에서 어제까지 활동한 것 같은데 돌이켜보니 시간 참 빠르네요.

문화적인 차이가 큰 나라이기 때문에 적응할 때 애로사항이 많았을 것 같아요
2017년에 처음 미국에 갔을 땐 영어를 전혀 못해서 음식을 시키는 것도, 산책 나가는 것도 전부 신경 쓰였어요. 슈퍼마켓을 갔다가 국제 미아가 되거나 깡패를 만나 가진걸 다 털리면 어쩌나 상상도 해봤고요. 길 가다가 총 맞는단 이야기도 들어봤고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적응이 됐습니다. 영어도 늘었지만 주변 환경이 바뀌면서 성격도 많이 바뀌었어요. 제가 낯을 가리는 편인데 미국 사람들은 남의 시선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이나 말을 하는 편이거든요. 저는 예전에 식당에 가서 물이 필요해도 말을 못했는데 지금은 곧잘 해냅니다. 나이의 힘일수도 있겠지만 더 적극적으로 변한 것 같아요.

해외에 진출해도 언어나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끝내 적응하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어요. 영어를 전혀 알지 못한 채로 갔다는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실력이 늘었는데 비결이 뭔가요
게임하면서 피드백을 할 때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없으니까 정말 답답했어요. 하더라도 100% 전달이 되지 않고, 듣는 사람은 전혀 다르게 이해하거나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영어를 빨리 배울 수 밖에 없었어요.

언어를 배워가는 과정에서 팀원들과 커뮤니케이션에서 문제가 생기진 않았나요
프로게이머들이 고집이 센 편인데 해외 선수들도 만만치 않아서 힘들 때도 있었어요. 보통 저는 "그럴 수 있지"하고 넘어가는데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타인이 강요하면 저도 세게 나가는 편입니다. 그래도 공과 사를 뚜렷하게 구분하는 편이라 트러블이 나더라도 그 안에서 해결하고 다시 잘 지내요. 

이번에 '뱅' 배준식 선수를 비롯해 북미로 이적한 한국 선수들이 있어요. 다른 선수들과도 많이 교류 하나요
한 번씩 사적으로 본 적이 있어요. '코어장전' 조용인 선수는 '후히' (최)재현 형이랑 예전에 같은 팀이었던 적이 있어서 따로 함께 밥을 먹은 적이 있었고, '크라운' 이민호 선수는 지금 옵틱 게이밍에서 '애로우' (노)동현 형이랑 같은 팀이니 만난 적이 있죠. 주로 영어를 배우는 학생들 위주로 만났어요. 먼저 사근사근하게 다가가는 성격은 아니지만 모두와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컸죠. 제가 낯도 가리고 게임 밖에 모르는 아웃사이더라…

배준식 선수는 해외 생활이 처음인데 북미에서 2년 더 지낸 선수로서 어떻게 적응을 도와줬나요
준식이는 친화적인 성격을 갖고 있고 영어도 이미 수준급으로 잘 했어요. 어떻게 미국에 처음 넘어왔는데 잘 하냐고 물어보니 국제 대회에 많이 나가고, 해외 여행도 가면서 외국인 친구들이 생겨 영어가 늘었다고 했습니다. 저는 준식이에게 영어를 빨리 배우려면 오히려 한국 사람들과는 더 어울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어요. 저도 처음에 미국에 갔을 땐 통역사님이 계셔서 많이 의지했는데 그렇게 되니 영어가 느는 속도가 더뎠어요. 지금은 준식이가 물어보기 전까진 굳이 먼저 나서서 도와주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래도 알아서 다 잘 하더라고요.

배준식 선수가 들어오기 전과 후의 100 씨브즈는 어떻게 달랐나요? 배준식 선수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원래 팀원들을 챙겨주는 성격이 아닌데 바뀌었다고 말했습니다
제 눈에는 그렇게까지 챙겨주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프로무' 재커리 블랙과 '안다' 앤디 황과 어울리고, '후니' 허승훈과도 잘 놀러다녔어요. 신기하긴 한데 솔직히 준식이도 멘탈 터지는 부분에선 돌봄을 받아야 해요. 북미 솔랭이나 경기 피드백 등 멘탈이 터지는 몇 가지 루트가 있는데 저는 그걸 2년 전에 다 겪었거든요. 그래서 준식이를 보면 2년전 막 북미로 건너온 저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저는 당시에 멘탈 터지면 한인타운 가서 맛있는 것을 먹곤 했는데 준식이는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저도 제 자신을 돌봐야 해서 많이 케어해주진 못하고 있어요. 

100 씨브즈의 리빌딩 후 첫 시즌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선수 개개인으로 보면 절대 꼴등을 할 선수들은 아니에요. 운도 따라주지 않았고, 확실히 저희가 못한 부분도 많아서 딱히 말할 것은 없습니다. 사실 시즌 전엔 준식이가 합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대를 굉장히 많이 했어요. 준식이가 미국에 처음 도착한 날 스프링 우승을 하고 MSI까지 진출하고 싶다고 했는데, 저는 북미 리그를 경험해봤으니까 마음 속으로 '저렇게 설레발 쳐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저 역시 스프링에서 우승하고 MSI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아직 멀었네요.

북미에서 꾸준하게 활약해준 모습 때문인지 혼자 팀을 이끈다는 일부 세간의 평가에 대한 김찬호 선수의 생각은 어떤가요
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자는 것이 제 인생의 모토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도 팬미팅에 오셨던 어떤 팬분께서 "내일 경기를 오려면 회사에서 도망가야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어보시면 무조건 안 된다고 하면서 회사에 가라고 말씀 드린 적이 있어요.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팬들도 제가 항상 최선을 다 한다는 것을 아시니까 성적이 나오지 않아도 인정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프로게이머는 노력 못지 않게 결과도 역시 중요한 직업입니다. 성적이 따라와주지 않는다는 것에 안타깝진 않았나요
아쉽죠.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굉장히 허무합니다. 제가 미국에 처음 갔을 때도 약팀이었는데도 플레이오프를 못간 적이 없었거든요. 이번 시즌 결과에 좀 충격을 받았지만 이번 성적을 계기 삼아 서머 스플릿에선 더 잘 해야죠.

한국으로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적이 있었어요
17년 시즌이 끝나고 한국에 반드시 돌아오고자 했던 것은 아니에요. 좋은 조건의 오퍼가 오면 응할 의향이 있다고 답변을 드렸죠.

SNS에 "내가 잘 하지 못해서 졌다. 죄송하다"라고 작성한 포스트가 시즌 중에 종종 보입니다. 자신이 못했다고 말하기가 쉽진 않을 것 같아요
악플은 굉장히 많이 받아봤고, 이젠 익숙해질 만도 한데 그렇지 않아요. 그래도 저를 제외한 팀원들이 지나치게 많은 비판을 받았던 때가 있었어요. 비난의 화살을 제게 돌리면 팀원들이 편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죠.

평소 김찬호 선수의 언행을 보면 팬들을 생각해준단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김찬호 선수에겐 팬들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그냥 게임하는 사람일 뿐인데 팬들이 계셔서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갖게 되고 게임을 직업으로서 즐겁게 할 수 있게 됐어요. 가끔씩 편지를 받으면 저한테 경기 하는 모습을 보고 힘을 얻는다는 분들이 계세요. 팬미팅에 오셔서 "내일 시험인데 응원 해주세요"라는 요청도 하시는데 나중에 제 응원 덕에 좋은 결과가 나왔단 이야기를 들으면 뿌듯합니다. 어떨 때 보면 동네 친구들 같기도 해요.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도 아닌데 쭉 사랑해주시고 응원할 수 있다는 점이 대단하고 존경스럽습니다.

예전부터 스트리밍을 통해서 게임 뿐만 아니라 일상을 공유하기도 했어요. 요즘도 스트리밍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나요
지금은 게임만 하는데 먹방도 가끔 해요. 외국 시청자들이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밥 먹을 때 심심하니까 소통하면서 먹으려고 시작했던 것인데 반응이 재밌더라고요. 예를 들면 삼겹살을 시켜서 쌈을 싸먹는데 "저게 어떻게 한 입에 들어가냐"라는 반응도 있어요.

이번 스프링은 힘들었지만 서머에는 더 잘할 것이라 믿습니다. 서머 시즌에 대한 각오를 알려주세요
더 내려갈 곳이 없기 때문에 무조건 올라갈 수 있습니다. 최선을 다 해야죠. 그리고 모두가 열심히 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아직까지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제겐 굉장히 소중한 분들입니다. 앞으로 계속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3번째 이미지 출처=라이엇 게임즈 플리커

이한빛 기자 mond@fomos.co.kr
사진=모경민 기자 rao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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